일식은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지금 봐도 관측 거리가 되는 신비한 우주 현상은 당연히 과거에도 경이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래서 오늘은 일식에 관련된 여러 신화와 민속적 이야기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일식
고대 중국에서 전해오는 한 이야기에는 궁중 천문학자 두 명이 너무 술에 취한 나머지 일식을 예측하지 못해 벌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 잘못으로 인해 그들은 청강 황제에 의해 처형당했다. 아마도 이 기록이 일식을 언급한, 가장 오래된 기록일 것이다. 기원전에 쓰인 이 기록은 일식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적 일화 중 하나다. 또한 중국인들은 기원전 772년부터 일식을 동물 뼈에 기록했다. 중국인들은 일식에 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주기를 계산하여 일식이 언제 일어날지 정확하게 계산해 낼 만큼 많은 일식 기록을 남겼다. 그 위치에서 꼭 보이진 않았지만, 일식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바빌로니아인들의 일식
기원전 750년부터 바빌로니아인들도 일식을 기록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중국인들이 사용한 동물 뼈 대신 점토판이 있었고, 점토판에 설형 문자로 일식을 기록했었다. 기원전 600년에는 바빌로니아인들도 일식에는 일정한 간격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간격을 이용해서 다음 일식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했고 그 예측도 거의 정확했다. 오늘날에도 일식을 계산해 일식 날짜에 18년 11과 3분의 1을 더하면 다음 일식이 발생하는 기간을 알 수 있다.
마야인들의 일식
기원전 2000년부터 마야인들은 멕시코와 중앙아시아에 거주했는데, 마야인들의 천문학은 지금의 과학자들도 놀랄 만큼 매우 발전해 있었다. 마야인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자 언어를 개발했고, 천문 관측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쉽게도 스페인의 정복으로 인해 단 4권만이 살아남아 현재 전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인 드레스덴 코덱스에는 마야인들이 일식이 나타나는 간격을 알아차렸고 그 간격을 계산해 일식을 예측해 왔음이 기록되어 있다.
고대 중국인, 바빌로니아인, 마야인들 모두 일식이 주기가 있음을 알아냈고, 주기를 계산해 다음 일식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무엇이 일식의 원인인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일식을 설명하는 신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양한 문화와 종교에서 일식을 설명하는 신화와 전설이 등장한다. 태양이 검게 가려지는 현상이니 대부분 고대 사람은 태양을 짐승이 점심으로 먹는다고 상상했다. 중국인들은 그 짐승을 개나 용으로 생각했고,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늑대라고 생각했다.
인도에서는 짐승이 아니라 악마가 태양을 삼킨다고 생각했는데, '라후'라는 악마가 불멸의 꿀을 훔치려다 신들에게 들켰고 그 벌로 몸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악마인 '라후'는 다 죽지 않았고 머리만 살아남았다. 벌을 받은 것에 대해서 매우 분노한 라후는 태양을 씹어 삼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몸이 없기 때문에 태양은 입으로 들어갔으나 목으로 나오게 되고 다시 하늘은 밝게 빛나게 된다. 라후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태양을 삼키기 위해 돌아온다. 그리고 라후가 돌아올 때마다 일식이 일어난다.
옛날 사람들이 일식 현상을 보고 삼켜지는 것으로 여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실제 현상과 가깝게 설명했다고 볼 수 있는 이야기는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일식에 대한 믿음이다. 남아메리카 북부 사람들은 태양과 달이 주기적으로 싸우고 있고, 그 싸움으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서로의 빛이 차단된다고 믿었다.
일식을 짐승에게 삼켜지거나 싸움으로만 여기지도 않았다. 루마니아 중부 트란실바니아 민족은 태양이 종종 지구를 내려다보는데, 인간이 얼마나 사악하고 부패해 있는지 살피기 위해 내려다본다고 믿었고, 그 정도가 심하면 태양은 혐오감을 느끼며 뒤돌아서는데, 그 현상이 일식인 것으로 전해져왔다.
일식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바라본 민족도 있다. 적어도 아프리카의 한 문화권은 일식을 하늘이나 땅의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현상이 아닌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를 일식에 부여했는데, 서부 아프리카의 폰 부족의 이야기다. 폰 부족은 남자 태양은 낮을 다스리고, 여자 달은 밤을 다스리는데, 둘은 서로를 매우 사랑하고 있지만 하늘과 땅에 빛을 뿌리는 일이 너무 바빠서 만날 수가 없었다. 가끔 둘을 일을 잠시 미뤄두고 만나는데 겨우 그들이 만날 때 불이 꺼지고 일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일식에 대한 믿음은 무엇일까?
예로부터 전해진 신화나 민속 이야기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은 일식을 위험한 사건이고 하늘이 인간에게 내리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여겼다. 지구가 빛과 온기를 빼앗길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고 여겼다. 개기 일식의 원인이 무엇인지, 언제 일어날 현상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일식을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혼란과 공포를 느낄지도 모른다.
나름 가까운 과거인 1918년 캔자스의 한 어린 소녀는 가족 농장 정원에서 형제자매들과 놀고 있었다. 한낮이었고, 하늘은 쨍하면서도 맑았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소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집으로 들어오라고 다급히 불렀다. 소녀의 부모님, 형제자매 모두 두려워하며 집 안에 숨어서 모여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생각하며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것은 태양의 개기 일식이었다.
201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는 금환형의 일식이 일어났는데, 일부 히스패닉계 엄마들이 임신한 딸에게 태아의 건강을 위해 배에 안전핀이 달린 빨간 옷을 입도록 했다는 내용이 임신 정보 블로그에 올라왔다고 한다. 빨간 옷이 없다면 빨간색의 리본을 달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전통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일식 동안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고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지금이야 우리는 일식이 무엇인지,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언제 일어날지 이해하고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식이 없었던 옛날에는 일식을 어떻게 생각해야만 했을까? 일식과 관련된 다양한 신화와 이야기들을 알아보았다. 지금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 고대부터 이어진 천문학자와 과학자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 글은 일식과 관련된 새 책 TOTALITY 저자 인터뷰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으나, 일부 수정 및 개인의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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